지난 기사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출처-<문학동네>
자국민 제노사이드,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
이승만 정권의 자국민에 대한 학살은 1948년 고립된 섬, 제주도에서 시작되어 이듬해 육지로 번졌다. 섬에서 3만 명 이상이 죽었고, 육지에서는 20만 명 이상이 죽어야 했다. 이것이 이른바 ‘제주 4•3 사건’과 ‘보도연맹 사건’이다. 학살의 선봉에 선 것은 ‘군’도 ‘경’도 아니었다. 북한의 사회주의 정권 수립 과정에서 남쪽으로 피신해 온 부일 매국 인사들과 개신교 신자들로 이루어진 민간단체이자 이승만의 사병 조직이었던 ‘서북청년회’였다.
그 어떤 공적 지위나 권한도 없는 이들이 선봉에서고, 국민 보호가 존재 이유인 군경이 힘을 보태며 저지른 자국민 대량 학살 사건, 자국민에 대한 제노사이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젖먹이 아기도?
절멸이 목적이었으니까.
무엇을 절멸해?
빨갱이들을.」
매국의 면죄부이자 흔들리는 권력의 탈출구. 이것이었다. 빨갱이로 낙인찍는 것. 어찌 보면 2024년 지금까지도 유효한 그것이 이 학살을 가능하게 했다.
새에게 물을 줘
‘경하야.’ 12월 하순, 영하의 추운 날씨에 인선이 전송한 내 이름이 문자 창에 단출하게 떠 있었다. 이십 년을 친구로 지냈기에 나는 그녀의 습관들에 대해 알 만큼 알고 있다. 인선이가 이렇게 내 이름만 먼저 부르는 것은 급한 용건이 있음을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 와 줄 수 있어?’, 제주도에 있어야 할 인선이는 서울에 있었다. 그것도 병원이었다. 신분증을 가지고 오라는 말에 나는 서둘러 택시를 탔다. 택시에서 내려 병원 입구를 향해 걷는 내 눈에 ‘봉합수술 전문병원’이라는 현수막의 글씨가 낯설게 다가왔다. 병원 로비에 들어서자 손가락 발가락이 잘린 사진들이 보였다. 그것은 볼수록 고통스러운 사진이었다.
「잘렸어, 전기톱에.
마치 손가락이 아니라 목을 다친 사람처럼 성대를 울리지 않으며 인선이 속삭였다.」
나는 인선이 천천히 내미는 손을 보았다. 잘렸다가 봉합된 검지와 중지의 첫 마디들이 붕대 위로 노출돼 있었다. 선홍색 핏물과 검게 산화된 핏물, 이 피들이 수술 자국을 덮고 있었다. 인선은 나를 향해 어렴풋이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핏기가 빠져나간 입술은 보랏빛에 가까웠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인선을 처음 만났다. 나는 잡지사 기자였고, 인선은 프리랜서 사진가였다. 우리 둘은 동갑내기였고 인터뷰나 여행 기사들을 진행하며 길게는 3박 4일을 함께 지내기도 했다. 이렇게 시작된 우리의 우정은 이십 년간 이어졌다. 형제자매 없이 마흔둥이로 태어나 자란 인선은 팔 년 전 제주 중산간 마을로 돌아갔다. 어머니의 노환을 돌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사 년 만에 어머니를 여의었고 그곳에 자신만의 목공방을 차려 놓고 계속 그곳에 머물렀다. 사고는 목공 작업 중에 일어난 것이었다.
「안 그러면 죽어.
누가?
새.
새라니, 라고 되물으려다 말고 나는 지난해 가을 인선의 집에서 만났던 작은 앵무새들을 기억했다.
…
중략
…
기사/이미지 원본 출처 : 딴지일보 RSS F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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