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가 남긴 것들 : 왜 우리는 3주간 열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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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요리 서바이벌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3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택시비 5천 원이 아까워 미터기를 노려보지만, 5만 원짜리 스테이크에는 주저 없이 카드를 내미는 방구석 미식가 입장에서 지난 3주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지만,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80인의 요리사가 흑수저로 분류되었고,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요리사 20인이 백수저로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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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총 100인의 참가자는 대형 요리 스튜디오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계급 대결이라는 것을 몰랐다. 라운드마다 다양한 방식의 요리 대결이 펼쳐졌고, 최종 우승자에게는 3억 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심사위원은 한국 요식업계의 대부 백종원과 미슐랭 3스타에 빛나는 안성재 셰프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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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자체가 흥미로웠다. 나만 아는 동네 맛집 요리사와 나는 모르지만, 업계에서 ‘최고’라고 평가받는 스타 요리사가 대결을 펼친다니! 거기다 심사위원들은 안대로 눈을 가린 채 오직 맛으로 심사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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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앙!

다윗인 동네 요리사가 어쩌면 골리앗 스타 셰프를 이기는 장면은 상상만으로 충격적이며 짜릿하다.

“네가 그리 잘 났냐? 배경 빼고 오직 실력만으로 붙어보자!”

마치 눈에 보이는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서열화가 이루어진 현대 사회를 투영한 듯한 대결 구도는 억눌린 현대인들의 감정을 건드렸고, 프로그램은 여러 요인이 합쳐져 대성공을 거두었다.

흑백요리사는 한국에서의 성공을 넘어 3주 연속 비영어권 시리즈물 1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인 흥행을 이끌었다. 한국 예능이 3주 연속 글로벌 1위를 차지한 것은 당연히 처음이다.

외식업에 활력을 불어넣다

미식으로 유명한홍콩의 유명 칼럼니스트 위안미창은 현지 기고를 통해 이렇게 극찬했다.

‘프랑스, 이태리, 중국, 일본에 이어 한국이 세계 5대 요리 강국이 되었고, 흑백요리사 방영 후 적어도 40개 이상의 레스토랑이 세계 유명 레스토랑 명단에 추가됐으며, 한국을 여행해야 할 또 다른 이유도 추가됐다.’

‘(반면) 발전 없이 외국의 스타 셰프만 모셔 오는 홍콩 요식업계는 밀크티 대회부터 다시 시작하라.’

한국에서는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요리사들의 식당 예약 전쟁이 일어났음은 물론이고, 나라도 어쩌지 못한 요식업계와 자영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여성 요리사에 대한 재인식과 탕수육 말고 동파육도 있다는 사실, 아저씨들만 먹는 음식이 아니라는 중식의 재발견, 한국 어머니의 손맛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고퀄리티로 미슐랭 스타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준 계기가 되었다.

날로 치솟는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월급봉투 때문에 가성비만 찾는 시대임에도 흑백요리사 방영 이후 ‘파인다이닝’의 네이버 검색량은 전보다 738% 증가하기도 했다.

흑백요리사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단순한 서바이벌 게임이었다면 이 정도의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고백하자면, 아내와 함께 시청하는 동안 여러 차례 눈물을 흘렸다. 오십에 이른 나이라 호르몬 변화로 인한 눈물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타 프로그램과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마지막 회 참가자들의 짧은 인터뷰가 있었다. 질문은 단순하다 못해 식상했다.

“당신에게 요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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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요리사들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의 면면을 보면 그들이 왜 울었는지 이해가 된다. 그들의 요리에는 고스란히 바친 자신들의 청춘과 인생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략

기사/이미지 원본 출처 : 딴지일보 RSS F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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