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명색이 일본학 전공이었던 터라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가 제주도에 지었다는 비행장을 알아보러 가고 싶었을 뿐 그곳에 담긴 어두운 내면을 알아본다던가의 다른 특별한 동기 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제주도의 마지막 날을 맞이한 필자는 일어나자마자 바로 나갈 채비를 하였다.
이날은 제주도에 머무르기 시작한 이래 구름이 잔뜩 끼어 우중충했던 종전과 달리 쾌청한 푸른 하늘에 포근한 느낌의 흰색 구름들이 보기 좋게 수놓아진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특별했던 오늘, 마치 그동안 수업을 들으며 수고했던 필자를 위로하여 주고 제주도에서 보내는 마지막을 보기 좋게 장식해 주는 듯하였다.
하지만 학교 기숙사에서 알뜨르 비행장까지 직통으로 가는 교통편이 없었다. 환승을 거쳐 도보로 40분 이상 걸어야 했고 이 과정에서 화창한 날씨는 역으로 뜨거운 햇빛을 선사하며 걸어가는 필자의 전신을 땀으로 흠뻑 적셔주었다.
마침내 도착한 비행장 입구에서 필자는 잠시 쉬어갈 겸 인근 벤치에 몸을 의지한 채 비행장 전경을 바라보았다. 과거 비행장으로 사용했던 시절에 걸맞게 광활한 평지와 여러 부대 시설, 그리고 작게 솟아난 몇몇 개의 언덕들이 눈에 보였다.
이곳에 설치된 안내표지판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곳은 1930년대에 건설된 이래 중일전쟁에서 대륙 폭격을 위한 전투기들의 중간 기착지로 활용했으며 태평양전쟁이 개전한 이후 1943년 제주도민들을 동원하여 강제로 격납고 등의 부대 시설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당시에 만들어진 20기의 격납고 중 지금은 19기가 남아있다는데 이런 사실을 곱씹으며 격납고와 지하 시설, 그리고 관제탑으로 사용되었던 콘크리트 구조물까지 비행장 주변의 이곳저곳을 활보하였다. 시간은 충분했기에 근 100년 전의 과거 모습을 상상하며 이곳을 여유롭게 거닐어 보았다.
사실 여기까지는 그렇게 마음속에 크게 와닿는 부분이 없었기에 다시 돌아가려고 주차장 쪽으로 돌아온 그때, 이전에 못 봤던 하나의 표지판이 내 눈에 띄었다. 보아하니, 사실 이곳은 제주도에서 벌어진 전쟁과 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의 코스 중 하나였던 듯하다. 표지판에 나온 코스를 따라가 보던 중 우연히 내 눈앞에 어떤 비석이 있는 것 같아 얼른 그쪽으로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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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이미지 원본 출처 : 오마이뉴스 RSS Feed
전문 보러 가기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5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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